가을에 읽기 좋은 아름다운 시 : 귀천 , 이 순간 , 단풍 , 눈물

2024. 10. 24. 05:42카테고리 없음

 
 
 


귀천
 
천상병

나 하늘로 돌아 가리라
노을 빛 함께 단둘이
기슭에서 놀다가
구름 손짓 하면은
나 하늘로 돌아 가리라
아름다운 이 세상
소풍 끝내는 날 가서
아름다웠다고 말하리라



이 순간

피천득

이 순간 내가
별을 쳐다본다는 것은 그 얼마나 화려한 사실인가

오래지 않아 내 귀가 흙이 된다 하더라도
이 순간 내가
제9교향곡을 듣는다는 것은 
그 얼마나 찬란한 사실인가

그들이 나를 잊고
내 기억 속에서 없어진다 하더라도
이 순간 내가
친구들과 웃고 이야기한다는 것은
그 얼마나 즐거운 사실인가


단풍 

피천득

단풍이 지오
단풍이 지오
핏빛 저 산을 보고 살으렸더니
석양에 불붙는 나뭇잎같이 살으렸더니

단풍이 지오
단풍이 지오

바람에 불려서 떨어지오
흐르는 물 위에 떨어지오


눈물

피천득

간다 간다 하기에
가라 하고는 

가나 아니가나
문틈으로 내다보니

눈물이 앞을 가려
보이지 않아라